방식(플로리스트 마이스터, 방식꽃예술원 원장)
플로리스트 방식이 제자를 가르치고 있는 꽃 전문학교(florist meister schule)는 성북동 골목길 안쪽에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마이스터 플로리스트를 만나러 가는 일이라 그런지 유난히 꽃이 많이 눈에 띈다. 같은 주황색이라도 화려한 참나리 꽃부터 동글동글 귀여운 능소화에 탐스러운 호박꽃까지 , 잔치라도 열린 듯 즐거운 골목길을 지나니 담장 너무 초록이 가득한 그의 작업실이 나온다.
깔끔하게 손질됐다기 보다는 식물들이 알아서 자라고 있는 듯한, 한쪽에는 포도송이가 열려있고 한쪽으로 시내가 흐르는 자연스런 정원이다. 정원 가운데는 흰 자작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솟아있다.
"유럽 쪽에서는 신이 자작나무를 타고 내려온다고 생각하죠. 독일에서는 5월 1일 메이데이에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의 창가에 자작나무를 걸어두면 결혼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자연이 얼마나 귀한건데요"
그런 정원을 배경으로 검다 못해 붉은 피부의 방식 원장이 기자를 맞는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 여행에서 많이 그을렸다면서 웃는 모습이 건강해 보인다.  이틀 후면 학생들을 데리고 독일 플로리스트 마이스터 시험을 치러 간다. 우리나라에서 받은 수업이 인정되지만 정식 독일 자격증을 따려면 독일까지 가야한다.
"제가 가면 학생들이 안심하고 시험을 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는 터키를 거쳐 지중해 연안 섬에도 들렀다가 올 예정입니다. 그렇게 세계를 돌아다니면 더 잘 알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물도 많고 산도, 나무도 많아요.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게 얼마나 귀한지 잘 모르죠."
학생들의 식물 표본 전시장 정도로 여겨지는 식물원들이 대부분 우리나라에 비해 물이 귀한 스페인이나 아랍 등지의 식물원은 귀한 식물을 접하기 위한 용도라 보는 사람을 배려하는 세심함이 느껴진다. 그는 지금 이렇게 제대로 된 '국제조경모델'을 만들기 위해 한 지역단체와 협의 중에 있다.
플로리스트가 하는 일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것일까. 보통 사람들은 그저 흔히 보는 꽃꽂이 작품 정도를 떠올릴 뿐이겠지만 플로리스트는 때로 올림픽 경기장을 '수반'으로 써야할 때도 있다.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의 꽃 장식을 맡았던 그는 경기장 전체를 억새 산천으로 변모시킨 바 있다. 가장 한국적인 장식이 어떤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갈대를 주 소재로 선택한 것이다. 시기 때문에 토종 억새를 쓰지는 못했지만 수입 억새 몇 트럭분을 갖고 학생들과 밤샘 작업을 한 결과 주경기장에 억새 물결이 일렁이게 만든 것이다. 이런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장소, 소재, 행사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을 물론 예술적인 감각을 다른 사람도 파악할수 있도록 하는 설계도도 필요하다. 예산에 맞춰 어떤 꽃을 써야 할지, 그 꽃을 언제 어디서 우입할 수 있는지도 미리 알아야하니 일종의 '종합예술'인 셈이다.
"요즘에는 병원에도 꽃 장식들을 잘 해놓더군요. 환자가 많이 보는 곳은 주로 대기실인데 편한 분위기가 필요한 만큼 다양한 초록을 활용하는게 좋아요. 세디움이나 틸란드지아, 벌레잡이 통풀도 좋아요. 하늘색, 회색이 섞인 초록을 주조로 꾸미고 대신 접수대 쯤에는 꽃으로 포인트를 주는 게 좋겠죠. 사람 얼굴 가리는 비싼 난보다는 꽃 한 송이를 귀하고 깨끗하게 장식하면 예뻐요."
내가 아는 의사? 우리 조카!
올림픽 같은 큰 행사에서 총 지휘를 하는 것도 좋았지만 그래도 방식이 좋아하는 작업은 직접 손으로 만져가면서 하는 것이다.
"꽃꽂이하면서 장갑을 끼거나 핀셋같은 걸로 매만지는 사람도 있는데 손으로 하기 힘든 섬세한 작업이라면 차라리 나무젓가락이나 이쑤시개를 씁니다. 손에 와 닿는 감촉이 다르거든요. 형식도 중요하지만 얽매이게 되면 그건 있느니만 못해요. 손으로 터득한 지식은 머리속에서도 본능적으로 적용이 되거든요.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머리로만 되는 일은 없어요. 제대로 된 결과는 결국 몸을 움직여서 가능해지는 거죠."
예순이 훨씬 넘은 지금도 직접 몸을 움직이는 작업을 좋아한다. 그래서 건가응ㄹ 지키는 것도 직업의 연자이다. 그는 요즘도 두 시간씩 아침 수영을 한다. 수영하는 동안 스케줄을 되짚기도 하고 강의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몸에 뱄다고.
그래서 잔병치레는 전혀 없는 것이 당연. 그가 '좀 안다' 싶은 의사는 조카 정도다.
"방식꽃예술원이 명동에 있던 시절이니까 20년 전이네요. 조카가 고등학교 입시 준비를 하느라 서울에 와 있었는데 당시 저희 집에 패션 디자이너 등 예술가 들이 드나들었어요. 고등학생이고 문화예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니까 못어울렸죠. 거기에 자극을 받았나봐요. 나중에 전북의대 4학년 쯤 되서 저한테 공연 초청장을 보냈는데 국악 동아리에 있더군요. 대금을 배웠더라고요. 그래서 인지 주변에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요. 보통 의사들 주위에는 아픈 사람이 주로 모일텐데 말이죠. 하하"
지금은 서울 논현동에서 가정의학과를 개원하고 있는 조카 이한상 원장은 그가 새 작품 발표회 등 행사를 하게 되면 와서 대금도 불어주고 국악원에 있는 친구들을 초빙하는 데도 한 몫 한다. 이 원장이 그의 집에 머물렀던 시절, 이 원장의 부모는 혹시나 '예술가'인 삼촌에게 '물들어서' 의사가 되지 못할까 걱정하기도 했다고.
"그때는 아들 의사 만드는 게 뭐 그리 큰일인가 했는데 요즘 환자들 열심히 보면서 문화예술에도 조예가 깊은 조카를 보면 아주 좋아요. 대금을 해서인지 대체 의학에도 관심이 많고,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의사들이 원예 공부좀 해서 치로에 적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원예치료 전문 의사 ,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