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식꽃예술원의 방식 원장이 꺼낸 이 짧은 문장은 그를 대변해 주는 아주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은 꽃과 함께 인생을 살아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자연과 함께 융화된 듯한 사람, 자연과 가장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런 그에게서는 독특한 그만의 디자인 세계와 철학이 보인다. 꽃으로 번 돈은 다시 꽃에 돌려야 한다는 그것이 진정한 자신이 속해 있는 분야에 대한 예의라 말하는 그의 세계는 진정 프로의 세계이다      
꽃을 든 남자

꿈을 향해 인생의 절반 이상을 던져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사람은 없다. 어느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의 그림자 밑에는 포기해야만 했던 또 다른 인생이 있기 마련이다.

꽃을 반려자처럼 여기며 평생을 살아온 방식씨에게 과연 그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는 없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가족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처럼 디자인이라는 소명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도 있는 겁니다. 아타까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서로간의 견해 차이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라는 그의 말은 명쾌하다 못해 시원했다

　
디자인 교육이 당면한 현안

역시 생각했던 대로 자신의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사람다운 당당함이었다.   그의 그런 당당함은 거침없이 현재 플라워 디자인 교육의 문제점까지 이어갔다.   그가 생각하는 디자인이라는 것은 형태와 색채, 질감 등이 조화롭게 구성, 전시가 되어야 함을 기본에 두는 것이다.   그래서 꽃을 받쳐주는 그릇에서부터 꽃을 포함한 모든 재료까지 디자이너가 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겨 두어야 한다.   어느 하나에라도 지나친 치중을 하게 되면 조화로운 구성미는 깨어지게 되어 있고 따라서 그릇 하나 꽃 한 송이라도 똑같은 가치를 부여하여 조화를 이루었을 때에만 디자인 작품으로서 빛을 발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의 디자인 교육이 그런 조화들을 무시하고 한쪽으로만 치우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디자인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교육받은 만큼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따끔한 일침을 두었다
이젠 우리 한국이다

한국의 플라워 시장은 12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안에 독일, 미국, 일본, 유럽식의 디자인을 수없이 많이 받아들여 왔지만 이제는 우리 것을 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한국의 많은 플라워 디자이너들은 아직도 국내에서의 활동과 디자인 공부보단 소위 디자인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외국에 가서 공부하기를 선호하며 또 그러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보다 앞서 있다는 생각은 우리 미래의 디자이너들이 버려야 할 편견이며 가장 한국다운 것이 세계적이라는 것을 부디 잊지 말아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한국이 세계 속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자부하는 그에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플라워 디자인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개념이 외국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자연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바탕으로 하지만, 외국은 자연을 경제림으로 인식하고 있다.  

경제림 즉 돈이 되는 나무만 살려 나라 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인위적으로 가꾼다는 것이다,   또한 정책적으로 그런 경제림 관련 부서가 따로 있으며 전공과목까지 있다고 하니 그들은 자연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돈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무엇 인가" 우리나라 야산에는 아직도 옛날 식물들이 씨앗을 내리고 자라고 있어요 우리나라처럼 백두산에서부터 목포 유달산까지, 국토 끝에서 끝까지 산으로 이어진 나라는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런 한국의 자연을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지녀야 하며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필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과 노력은 비례한다

우리 것에 긍지를 가지고 열정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그의 모습에서 감춰진 열정을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앞으로 플라워 디자인을 이끌어 갈 후배들에게 대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무슨 일을 하든지, 어떤 분야에 종사하든지 멀리 보고 일을 시작하라는 것이다.   어떠한 것이든 그 분야에서 십 년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있어야만 진정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모든 결과를 눈앞에서 찾으려 하는 경향이 있고, 그러다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쉽게 실의에 빠져버리는 것을 큰 문제점으로 보고 있다.   어렵다고 포기하고, 고생하기 싫어서 쉬운 것만 찾아보면 더 이상의 발전은 없는 것이다.   어려울 때마다 산 하나를 넘는다는 생각으로, 전체를 볼 수 있는 큰 시야를 키우기를 신신당부 했다.
또 다른 모습을 향해

그는 어린 시절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자연을 이야기하고 꽃을 디자인하는 그이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고 그 이외의 모습은 전혀 그러지질 않는다. 사람과 더불어서가 아닌 꽃과 더불어 시간을 보내온 탓인지 그는 복잡함을 싫어한다. "단순하게 사는 것이 내 인생의 목적"이라고 당당하게 밝히는 그에게서 미련하다고 할 만큼 고집스러운 꽃에 대한 정열이 엿보였다. 그런 그이기에 영리하고 이재에 밝은 사람들은 오래 있지 못하고 그에게 떠난다고 한다. 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때의 그의 모습은 한없이 부드럽다.   열정적으로 디자인에 대해, 자연에 대해 이야기하던 생동감 넘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제 그가 몸소 겪으면서 채득한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또 그것을 학문화하는 것이 그에게 남은 일이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한곳에 정체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신하는 그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플래르 11월호 발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