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명의 마이스터 탄생..... 그 감격의 순간

2003년 4월 25일 26명의 한국인 마이스터가 탄생하는 뜻 깊은 날이었다.   마이스터 과정 16주중 마지막 3주간은 이곳 현지 그린벡에 와서 이들은 눈코뜰새없이 바빴다.   아침 일찍부터 주제토론, 작품구상, 드로잉, 소재준비, 제작등 꽉 짜여진 일정 속에모든 것은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다.   오브제는 직접 천공기로 구멍을 뚫고 사다리를 올라 천장에 고정시키는 일까지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가 없었다. "전에 같으면 못하나 치는데도 남편이나 아이들 도움을 받았는데..." 그러다 보니 집 생각이 간절했고, 대부분 자정이 지나서야 녹초가 되어 잠자리에 들기가 일쑤였다. "화장요? 언제 해봤는지 기억 없어요" 조신자 씨가 말했다.  "휴식요? 지난 부활절 날 저녁 10시쯤 모닥불을 피워놓고 맥주한잔 얻어 마신게  전부입니다." 고 조창기 씨의 말이다. 그만큼 이들의 마지막 3주간의 일정은 스파르타식, 바로 그것이었다. 이렇게 고될 줄 알았으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하는 사람까지 생겨났단다. 오랜 고생의 시간을 겪으며 준비해 왔던 마이스터 시험은 4월 24일 아침 8시 드디어 시작되었다. 준비를 하며 기다려 왔건만 시험당일 아침부터 응시자들은 긴장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 과목인 식물장식시험은 30분, 말 그대로 번개 불에 콩 구워 먹기 식으로 진행되었다. 그 동안 열심히 트레이닝을 했건만 막상 부딛치고 보니 당황했다. 그러나 으시자 모두는 잽싸게 첫 과목을 끝내고 이어서 보게된 두번째 신부장식 시험장소로 이동했다.  이 과목에 주어진 시간은 2시간. 첫 시간 보다 시간도 길고 이미 한 단계를 치른 뒤여서 모두의 표정에는 작은 여유의 모습이 비춰졌다.   오후 첫 시간 스트라우스 역시 30분간, 그리고 이어진 크란츠 4시간으로 시험 첫날의 하루는 훌쩍 지나가 버렸다.    첫 시험을 마친 날 저녁, 다음날 있을 공간장식시험 하나를 남겨두고 이들 모두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동안 잔소리처럼 지겹던 방식회장의 참견이 그립기까지 했다.   "평소에 잘 들어둘걸..." 그러나 이제는 스스로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다.   새벽부터 시험장을 서성이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 갔다.    그들의 생애에 그 만큼 진지해 본적도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한나절이 또 훌쩍 지나고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 온 듯 이들은 준비해온 포트폴리오를 작품 곁에 남기고 시험자을 빠져 나왔다

공간장식 작품 앞에 놓여진 포트폴리오

그들이 빠져나간 뒤 나는 관계자의 특별배려로 작품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여 촬영에 임했다.   이번 작품 촬영은 응시자 만큼이나 어려워 화각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날 나는 촬영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피터 아스만선생에게 항의했다.  "다들 그런 조건에서 찍는다 프레임을 잘 잡아라" 라는 주문만 공허하게 돌아왔다.   사다리를 올렸다 내렸다를 몇 차례. 아무리 사방을 둘러 보아도 작품의 point에는 반드시 장애물이 있어다.   하는 수 없이 최적화에 심혈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오후 6시 그린벡 특실 홀에는 관계자들과 이곳 주민들이 동방에서 온 마이스터 지망생들의 작품을 보기 위해 모여들기 시작했다.   드디어 ihk(독일상공부)에서 파견돼 온 시험관 루이스씨는 서툰 한국어발음이 들렸다.   "강귀옥" 어느새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강귀옥 회장이 제일 머저 대망의 마이스터 자격증을 받기 위해 단상으로 올라갔다.   이로서 26명의 한국인 마이스터 지망생 모두가 합격하는 뜻깊은 순간이 탄생했다.   호명에 앞서 fdf 분회장 에버스 여사는 인사말을 통해 "시험작품을 둘러보고 한국인들의 예술적 수준에 감탄했고 이렇게 훌륭한 작품들을 만들기까지의 노고를 짐작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녀는 "지금 우리가 드리는 마이스터가 비록 꽃 분야 최고의 영예이긴 하지만 여러분들은 이제부터 정말로 마이스터의 길을 가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진 것이니, 부디 오늘의 뜻을 굽히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이번 26명의 한국인 마이스터의 탄생은 외국인으로서는 전부 후무한 일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며 "지금 이 시간에도 전세계가 다 주목하고 있는 만큼 여러분들의 장도를 뜨겁게 축하한다"고 뜨거운 축사를 건냈다.  

한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전원이 마이스터의 영애를 앉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이었다.   자격증을 받기 위해 응시자는 어느새 한국에서 가져온 각가지 의상으로 성장하여 그 동안 일정에 지친 피곤한 기색하나 없이 해맑은 표정으로 현지인 들의 찬사를 아낌없이 받았다.   그사이 이들에게 도움을 준 사람이 하나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내년에 마이스터가 될 것이라는 안나라는 독일인이 있었고 나고야 출신 아와타 시노부도 역시 어려워 보이는 일을 거들어 주기도 했다.   새벽에 일어나 주변을 산책하고 있을때 시노부가 커다란 크란츠 베이스에 진흙을 바르느라고 진땀을 흘리는 것을 보기도 했다.   그녀는 정말로 열심히 일했다.나는 그녀가 또 다른 응시팀 소속으로 알았고 "저렇게 열심히 하다니 본받을만 하구나"하며 감탄까지 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보니 한국인 이종문씨가 그날 치를 크란츠 작품 베이스 기초작업이 어려워 보인다면서 대신 도와주는 것이었다.   나중에 그에게 다가가 대화를 시도 했다.   "지금 무슨 공부를 하는가?" "네!? 저는 지금 공부 안해요". "아니 마이스터나 하다못해 플로리스트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저요? 지난해 마이스터가 이미 됐어요 지금 그린벡에 남아 실습하고 있어요" "아 그래요..." 내 엉뚱한 발상에 먹물을 튀기는 답변들에 나는 잠시 당황했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후배가 선배를 그렇게 도왔다면 당연할지 몰랐지만 그것도 외국인 후배를 위해서 그렇게 애쓴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노부씨는 당연한 것 아니냐는 표정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