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을 만나러 무작정 건너간 독일. 하지만 이미 첫사랑은 독일 남자를 만나 결혼한 뒤였다. 한 사람에게 향했던 열정을 꽃에 바친 남자 방식.

꽃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험난한 길을 운명처럼 선택, 낯선 독일 땅에서 8년의 마이스터 교육과정을 끝내고 플로리스트가 되어 1979년 고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당시만해도 국내에는 꽃꽂이 강습소밖에 없었고 마이스터라고 크게 알아주는 사람도 없었다.

처음으로 '예술원'이란 이름을 내걸고 수강생을 모았고 독일에서 공부하고 왔다는 소문이 퍼지자 대학 강의 요청이 들어왔다. 점점 그의 작품 세계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88년 올림픽 개폐회식때는 꽃장식을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특히 올림픽 주 경기장에 억새와 측백을 뒤덮은 장식은 외국인들로 부터 격찬을 받았다.

지난 97년에는 독일 연방공화국 주최 분데스가르덴사워 전시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여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플로리스트로 입지를 굳혔다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그는 독신으로 오로지 꽃만 생각하며 작품을 만든다.

우리 주변에 있는 사소한 것 하나마저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그의 감각은 저절로 얻어진 것이 결코 아니었다. 온 영혼을 다해 꽃을 사랑한 마음과 혹독한 훈련이 빚어낸 자연스러운 결과였을 뿐이었다

방식은 지난 4월 meisterschule를 개관 독일 상공부로 부터 '플로리스트 마이스터 학교' 설립 인가를 받아 1기생을 모집하는 등 정상의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후배 양성을 위한 지원과 투자를 아까지 않고 있다

지금도 활발한 활동으로 새로운 작품을 보여 주고 있는 그를 만나 예술관과 작품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예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예술은 남에게 편안함을 주기 위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예술을 한다고 해서 교만해지면 안되며 후진들을위해 투자해야 한다. 달 됐을 때도 두려워 해야 하고 못했을 때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농부가 수고를 안하고 밥을 먹을 수 없듯이 예술 또한 끊임없는 노력을 할 때 그에 걸맞는 성과를 얻는다.

작품의 영감은 어떻게 얻는지

서울에서 한 시간만 떠나면 모두 배움터가 된다. 펼쳐진 자연 앞에 있으면 모든 것이 아이디어다. 식물이 자라는 형태를 가만히 보면 같은 것이 없다.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꽃과 나뭇가지를 보면 그 흔들림의 교차선과 모습을 유심히 본다. 자연을 찾아 여행을 떠나 많이 배우고 온다.

춤과 연극에도 심취했었다고 알고 있다. 작업을 할 때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우리나라 춤은 자연의 선을 닮아 있다. 춤을 보면 인간 손의 움직임이 보인다. 어렸을 때 그림을 그리고 꽃을 많이 그렸고 연극하고 춤추고 그게 생활이었다. 이런 것들이 쌓여서 자연스럽게 작품을 만들게 된 것 같다.

작품과 상품의 차이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기능과 작품은 창호지 한 장 차이라 생각한다. 기능이 되지 않는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꽃을 취미생활로 하거나 우연히 알게 되어 작업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학문과 직업으로 전문화되고 있다. 상품을 하다 보면 작품도 나오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독일에서 익힌 작품에 동양적인 소재를 이용하여 조화를 이루는 것이 어렵지 않았는지

교육에서 얻어진 작품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시도한만큼 즐거운 작업이었다. 꽃나무 자체를 보더라도 꽃은 전체 가운데 5분의1에 불과하다. 역시 꽃처럼 가장 아름다운 식물도 있지만 꽃보다 줄기가, 잎이, 뿌리가, 열매가 더 고운 것도 있다. 그렇게 아름다운 부분을 모아서 가장 보기 좋은 형상을 만드는 창조 작업이 재미있었다.

조롱박, 수세미, 옥수수 등의 친근한 자연소재를 드라이 플라워로 만들어서 응용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어렸을 때 바다와 섬에서 살았던 경험이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다. 생화들은 시장에서 유통되는 과정에서 손상도 많이 되니까 그 대안이 되기도 했다. 주위에서 보면 생명력은 없으나 형상이 오래 남아있는 것이 있다. 형상이 멸시되는 것이 가여워서 더 활용하게 된 것 같다. 작품이 꼭 오래가야 좋은 것은 아니지만 오래 갔으면 하는 소재를 드라이플라워로 만들어 오래 장식할 수 있도록 고민했다.

꽃을 선물할 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계절을 생각하고 꽃을 건네는 장소를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가능한 상대방이 좋아하는 꽃을 준비하고 작은 꽃을 자주 선물하여 특별한 날에만 받는 꽃이 아닌 일상에서 보고 즐길 수 있는 친숙한 꽃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꽃이 있다면

인간은 자연의 일부분이고 식물과 동일점이 많다. 나무 형체만 보더라도 인간 형제와 흡사하지 않은가 꽃송이와 얼굴이 닮은 꼴이고 성격에 따른 다양한 인상처럼 내성적인 사람을 보면 고개 숙인 꽃이 연상되고 민들레 같이 척박한 환경에서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민들레가 생각난다. 나는 메밀꽃이나 코스모스처럼 무리를 지어 피는 꽃들, 산속에서 도라지꽃을 만나면 청초하고 담백한 멋이 느껴져서 좋고 황나리꽃은 화려해서 좋다

최근 익숙치 않은 수입 소재들이 자주 보이는데 이를 보는 시각은

수입 꽃을 자국의 꽃과 접을 붙여 새로운 품종으로 생산하면 된다. 또 외국의 꽃을 많이 대하면 후진들이 외국에 나가서 공부할 때 그 나라의 꽃이 낯설지 않고 친숙하면 더 빨리 적응하고 배울 수 있으니 좋다

플로리스트를 지망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직업을 선택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깊이 생각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한번 플로리스트가 되겠다고 생각했으면 끝까지 승부를 걸겠다는 신념이 필요하다. 그리고 플로리스트가 되어 회원을 경영하게 된다면 과욕을 부려서는 안된다. 꽃에서 나온 돈을 다시 꽃으로 투자한다면 경기가 안 좋아서 실패하는 일은 없다 단지 욕심이 많아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