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nvie 2월호 인터뷰

작가 방식의 '버리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직도 내가 갖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언제나 그 모든 일에나 훌훌 털어 버리며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정원 저 멀리의 나무를 바라보며 그가 건넨 첫 번째 메세지 이다. 제법 쌀쌀한 1월의 날씨임에도 마당 한켠에 의자를 준비하여 걸레를 들고 직접 닦아내는 모습.....

"멋스러움이 있어야만 좋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음이야"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갑자기 그의 손이 궁금해진다. 30년 꽃 인생을 걸어온 그의 손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선생님 손이 궁금해요. 그 손으로 창조해내는 꽃 예술의 가치가 감히 멋있다는 말로 표현 되니까요"

전라남도 목포의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인생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나의 질문에 잠시 말을 멈추고 미소를 지어 보인다.

나의 고향....
나의 집은 전라남도 목포의 바다가 보이는 갓바위에 있었다

한없이 바라볼 수 있는, 지금 생각해도 제법 멋스럽고 푸근함이 느껴지는 그런 곳이었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빠르게 진행되는 세상사와는 다른 풍경에 감흥을 더해주고, 가난한 마음으로 자연과 벗할 수 있었던 추억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유난히 작은 동산이 많은 그 곳, 그래서 식물도 꽃도,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감각마저 더해져 버렸는지 모른다.

춤과 음악, 그림과 꽃....자연스레 접하게 된 그곳의 문화와 정서가 지금의 나를 지탱할 수 있게 한 힘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단지 그 모든 느낌들을 추억할 뿐이지 그리워하거나 가슴에 담아두는 것은 아니다.

밥도 먹으면 그 만큼을 배설해야 하는 것처럼 먹기만 하고 버리지 못하면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리고 만다. 어느 순간, 단호하게 그 순환 고리를 거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한국을 떠나 독일로 향할 때의 마음이 그랬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때 그 모든 것들에 얽메어 많은 끈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면 지금의 내 모습이 과연 존재하고 있었을까?

사실 끈을 놓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내가 내안에서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삶의 모든 의미와 예술작품의 완성에도 해당되는 것이기도 하다

첫 사랑의 아픔을 잊지 못하고 평생 그것을 담아 두고 괴로워한다면 그 어찌 온전한 삶이 될 수 있을까? 흔히 사람들은 그러한 의미들을 핑계로 가슴 아파하고 상처와 연결시켜 자신만의 은신처를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인생에 쓸모 없는 잡동사니 만을 쌓아두고 나중에는 그것들을 한꺼번에 정리하느라 더욱 더 힘이 들어 한다

버릴 줄 아는 사람은 추억할 줄도 안다. 그것은 욕심이 없이 여유를 갖고 살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살아 숨쉴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 보자. 결국 그 여백이 많은 사람일수록 진정으로 고뇌할 수 있는 참 모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옛사랑에 대한 궁금증을 질문하곤 한다. 매스컴이나 방송에서 유난히 많이 비춰졌던 '사랑을 찾아 독일로 간 나의 과거'에 대해....

분명 나는 사랑을 찾아 독일에 갔고 지금은 그 사랑을 이루지 못했지만 '버릴 줄 아는 미덕'에 그 감정을 맡겨 버렸다

그리고 지금 내게 남겨진 것은 옛사랑에 대한 두근거리는 사랑의 감정이 아닌 혼자만이 추억할 수 있는 숭고한 기억을 갖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변해가고 사람들도 변해 간다. 세상도 변해 간다. 그 변화 속에서 과거와 현재의 시간차를 극복하는 거친 돌과 같은 모습이 아닌 자연스러움이 배어나는 삶이고 싶다.

 산과 하늘 나무와 꽃....그런 이유로 나에게는 조용히 사색하고 추억할 수 있는 나만의 여백이 있음을 참 감사하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