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식 언론속의 방식
꽃이된 남자 방식 2013-11-12 오후 1:42:13
글쓴이 :
방식꽃예술원
조회수 :
2378

전원생활 12월호 인터뷰
꽃이 된 남자 방식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탐낸 것이 '꽃'이라는 남자
이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꽃은 어머니라는 남자
더 이상 '사람'을 사랑할 수 없어 스스로 꽃이 되어버린 남자
방식그 이름 앞에 마이스터 플로리스트라는
세계가 인정하는 칭호가 붙는다 
 
온누리가 완연한 가을 빛으로 갈아 입은 날 서울 성북동 플로리스트 마이스터 슐레(꽃예술학교)를 찾았다. 아침 햇살을 받아 푸른 빛을 띤 잔디 위로 검은 작업복을 입은 건장한 중년의 사내가 하얀속살이 드러난 나뭇가지 더미를 부지런히 옮기고 있었다.

첫 대면이지만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이스터 플로리스트 독일 정부가 수여하는 꽃 예술의 최고거장을 일컫는 칭호이다. 동양인으론 첫마이스터 플로리스트가 된 방식꽃예술원 방식회장 꽃을 다루는 사람은 어딘가 심약하고 여성스럽고 외모마저 곱상 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여지없이 편견으로 입증됐다. 선이 굵은 얼굴, 큰키에 군살 하나 없는 건장한 체격에서 30대의 젊음이 풍겨 욌다


꽃은 연인이었고, 아들이고 딸
그가 독일에서 귀국한 1979년만 해도 무대 장치 전문가가 없었다. 그가 방송프로그램, 패션쇼, 백화점이나 호텔의 오픈식 등 크고 작은 행사의 꽃장식은 물론 디스플레이까지 도맡으면서 이름이 알려 졌다.

드라이 플라워를 처음 소개한 이도 그였다

88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과 승마경기장 조경 그리고 개회식 때 호돌이와 호순이가 탔던 꽃마차는 그의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대작이자 마이스터 플로리스트로서 전 세계에 우리 꽃 예술의 탁월함을 과시한 일로 가록되고 있다. 올림픽 주 경기장을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천국'으로 꾸며 한국적인 가을 분위기를 만들었고 역대 올림픽 중 가장 아름다운 승마 경기장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훗날 그는 올림픽 꽃 장식을 가리켜 생애 최고의 '꽃춤'이라 불렀다.

텔레비젼 쇼 프로그램이 끝나고 화면에 제작진들의 이름을 알리는 스크롤이 흐를 때 무대의 꽃 장식에는 어김없이 그의 이름이 나온다. 이래도 방식이라는 이름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꽃과 전혀 관계 없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란 소리를 들어도 지나치지 않다

그를 대하는 세간의 관심은 크게 두 가지이다.

그 중 하나가 꽃장식예술가, 그것도 세계에서 내노라 하는 마이스터 플로리스트 방식의 예술 세계에 대한 것이라면 다른 하나는 여전히(?)독신의 삶을 살고 있는 그의 순애보이다.

어릴 적부터 유난히 꽃을 좋아해 "꽃을 좋아하면 애가 없다는데.."라는 할머니의 염려를 듣고 자랐지만 어쨋든 그가 지금처럼 꽃과 살게 된 건 분명 예정된 일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한편의 멜로드라마 같은 운명적 사랑이 그의 길을 채찍질 했다.

학창시절에 만난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둘 사이를 떼어 놓고자 그녀를 독일에 간호사로 보냈고 4년을 기다리다 지친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1971년 5월 무작정 독일 땅을 밟았다. 스물다섯 살, 광부로서의 삶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독일 땅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전 생애를 걸었던 사랑을 잃었다.

그날 이후 다시는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사람을 향해 평생을 걸쳐 쏟을 열정을 아마 한 방울도 남김없이 다 쏟아낸 뒤였기 때문이다.
 
혹독한 실습의 마이스터 과정
독일은 그렇게 사랑을 앗아간 땅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땅에서 새로운 대상을 사랑하게 될 줄 몰랐다. 인생을 걸고 매달려도 그를 아프게 하지 않을 참 좋은 사랑이 기다리고 있었다. 광산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 그건 꽃이었다. 당시 독일의 본 원예조경연합 회장인 칼 라이 씨가 운영하는 바움슐렌 라이(baumchulen ley) 꽃 장식 학교에 들어갔다. 얼마나 혹독한 실습이 기다리고 있는지, 플로리스트가 어떤 존재인지도 몰랐다.

240ha나 되는 실습장에서 아침 7시 부터 오후 6시까지 풀 뽑는 일, 가지치기, 접붙이는 법을 배우고 직접 실습을 했다. 실습 시간중 개인 시간은 단 1초도 허용되지 않았다. 또한 우리 언어로 된 꽃나무 이름을 다 외우기도 힘든데 라틴어로 된 식물 하나하나의 학명을 외워야 했기에 잠잘 시가도 모자랐다.

3년의 플로리스트 과정을 마치고 국가고시에 무난히 합격 했다.

다시 3년동안의 마이스터 과정에서 이론을 집중적으로 배웠다. 스승 라이 씨의 신임을 얻어 실습장 안에 있는 일종의 꽃 백화점에서 일할 수 있었다. 그때 빨리 시드는 장미나 카네이션을 찾는 사람들 보면서드라이 플라워를 생각해냈고 고항에 있는 어머니가 말려서 보내준 조롱박, 수세미, 옥수수, 버섯 같은 한국적인 소재들을 활용해 만든 작품은 독일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토속적이고 동양적인 소재를 이용해 독특하게 꽃장식을 하는 한국인이라고 마침내 마이스터 과정을 마치고 독일 정부가 인정하는 마이스터 플로리스트가 되었다. 그리고 그가 꿈꿔온 마이스터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광이라는 총리 관저 꽃 장식도 완벽하게 끝냈다. 그 뒤 몇 차례 더 대통령과 총리 관저 꽃 장식을 해냈지만 성취감 보다는 허탈감에 빠져 들어갔다. "앞으로 내가 하는 꽃 장식에 다른 목적을 두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인간을 작품 활동의 대상으로 여기지 말자 전시회도 열기까지 과정에만 충실하되 그 결과에 집착하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했어요" 라이 씨의 간청에 못이겨 1년반을 더 머물렀고 갈수록 향수병은 깊어 갔다. 스물다섯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독일로 갔던 그는 서른 네살 되던 해 마이스터 플로리스트가 돼 고국에 돌아왔다
      
집안을 꽃과 식물로 채워라
마이스터 플로리스트가 말하는 꽃 예술론은 의외로 소박했다. 주부들이 빨래하고 청소하고 다림질하는 일상사처럼 꽃 장식도 정성껏 부지런히 몸에 익히면 언젠가는 몸에 꼭 맞는 옷처럼 펀안하게 된다는 것.

"우리나라 사람들은 꽃 장식하면 의례 격식이나 틀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연을 쉽게, 편안하게 대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가령 유럽의 가정에 가면 여름에 알프스 산의 야생화를 삽으로 푹 떠와 접시 위에 그대로 올려 놓은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처럼 꽃 장식은 절대로 돈이 많이 들지 않습니다. 문제는 꽃 장식을 그저 화려하고 사치스럽게 생각하는 우리들의 선입견 입니다. 돈 주고 살 필요 없는 식물의 잎으로도 얼마든지 장식할 수 있고, 자연에 흩어진 재료들을 모아 색상을 맞추고 주변과 조화롭게 형태를 표현하는 것이 바로 꽃 장식 입니다" 그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아파트의 거실 외제 가구에 소파에 붙박이장에 온통 가구들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보면 그는 왠지 부아가 치민다.

"괴테 박물관에 가 있어야 할 가구가 강남의 아파트 거실마다 공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렇게 많이 둘 필요가 없어요 부케를 제외하고 꽃은 인간보다 공간을 위해 있기 때문에 소파를 치우고 그 자리에 꽃과 식물을 갖다 놓으면 최고의 인테리어가 되지요. 게다가 꽃향기는 건강에 좋으니 일석이조 아닙니까"

꽃은 인간보다 공간을 위한 것이라는 그의 실용 강의는 계속됐다. 시든 장미 겉잎은 따서 한 자루씩 모아 온돌방에 말린 뒤 자연 향을 넣으면 포푸리가 되는데 이렇게 손쉽게 돈 안들이고 꽃 향기를 가정에 흘러 넘치게 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마음이에요. 조금만 부지런히 움직이면 집안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은박 접시에 물을 붓고 수련잎 하나를 띄우거나 장미꽃 한송이만 식탁에 놓아도 하루가 상쾌해지지 않을 수 없지요"

끊임 없는 배움으로 최고의 자리를 지킨다
그의 손은 막노동꾼 손처럼 거칠었다. 지문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손톱에는 시커먼 흙마저 끼어 있었다. 누가 꽃을 만지는 마이스터의 손이라고 여길까 잠시도 손을 놀리지 않는 그의 천성 때문이다 그는 각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가들이 힘들게 그 자리에 올라와서는 안주하다 추락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신을 채찍질 했다. 젊은 나이에 마이스터가 돼 쉬지 않고 일해왔지만 재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더욱이 그가 배울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플로리스트 교육 체제와 인접학문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그는 주저 없이 독일로 가 1996년부터 이듬해 10월까지 마이스터 과정을 다시 밟았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꽃 예술가를 탄생시키는 일이 마이스터로서 그가 해야 할 일이다. 이를 위해 지난 해 독일과 제휴해 플로리스트 마이스터 슐레를 설립했다. 독일에 마이스터를 양성하는 곳이 여덟 개가 있고 우리나라는 아홉 번째이다. 강사진은 그를 비롯해 독일인 마이스터 4명으로 구성했고 3년간의 플로리스트 실습과정을 포함해 독일과 동일한 8년 과정을 마치면 독일 국가고시인 플로리스트 마이스터 시험을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떠나라 그래야 돌아올 수 있다. 떠나라 그래야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말처럼 '떠나서" 성공한 그는 또 떠날 꿈을 꾼다. 훗날 그는 마음의 고향이자 창작의 영감을 불어 넣어 준 목포 갓바위로 돌아갈 꿈을 꾸고있다. 그곳에 세계 제일이라는 우리나라의 자연을 닮은 정원을 만들고 싶단다. 일년 내내 교대로 꽃이 피고지는 나비와 새가 저절로 찾아와 꿀을 따고 둥지를 트는 황토마당에서 각 식물의 생태에 맞춰 자리를 잡아주고 돌보는 일이 그의 몫이 될 것이다

이따금 죽어서 간 세계에서도 신의 정원을 가꾸는 상상에 빠져 든다는 방식, 영원한 마이스터 플로리스트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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